달리던 차가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서 버린 날!
남편이 처음으로 멀리 갈일이 생겨 오붓한 토요일 오후에 동갑내기 세 여자들끼리 점심 약속을 하였다.
룰룰랄라 신나게 운전을 하며 약속 장소로 가던중 고속도로에서 핸들이 이상해지는 느낌이 살짝 오는듯
했으나 곧 괜찮아졌다. 조심하며 운전을 계속하던중 또 그 이상한 느낌이 다시 오더니 이번엔 속력이
갑자기 뚝뚝 떨어져 급히 차를 갓길로 모는 중에 급기야 완전히 서 버렸다.
뜻하지 않은 순간에서 멈춰 서 있던 나에게 이글은 참으로 많이 맘에 와 닿았다.
그렇지!영혼을 재 충전하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멈추어야 하는데 한동안 너무 분주하게만 살았던것 같다.
앞 전광판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바깥 본 넷트에선 하얀 연기와 함께 뭔가 타는 냄새까지 난다.
깜짝 놀라 얼른 차에서 내리니 바로 내 뒤에서 오던 차가 내 앞으로 서면서 도옴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당연이 도움이 필요하지! 지금 이렇게 멀쩡이 달리던 차가 죽고, 연기까지 나니 나 같은 아줌마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생각이 없다.
그 친절한 미국 남자는 나 보고는 위혐하니 저리로 떨어져 있으라고 하더니 본인이 직접 내 차 본네트를
열어 살피더니 차의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난 차를 타고만 다닐뿐 차의 구조는 전혀 모르기 땜에
그가 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멍한 얼굴로 서 있는 나에게 그는 이제
이차는 운전을 할 수 없으니 견인차를 불러야한다고 하며 자신은 이동네 사람이 아니고 플로리다를
가던 중인데 원하면 이 다음 출구에서 가까운 주유소까지 태워다 주겠으니 그곳에서 견인 회사 번호를
물어 전화를 하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주유소에 가 있으면 견인차가 왔을때 또 누가 나를 여기 차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나?
그리고 지금은 토요일( 주말엔 뭐든지 요금이 비싸진다.)이고, 남편도 없는 데다가 이왕 죽은 차인데
지금 급하게 견인 해서 뭐하나?
좁은 주유소 매점안에서 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리는건 불편 할텐데.....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어 계속 대답을 못하고 서있는 나에게 마침 내가 사고가 난 곳이 바로 휴게소
근처이니 그럼 저 휴계소에 가서 사람을 기다려 보라고 일러준다.
그러고 보니 걸어서 일분도 안되는 곳에 휴계소가 있는게 눈에 들어 왔다.
( 여기서 휴계소라고 하는 곳은 한국처럼 매점이나 식당이 있는 사람들이 북적되는 곳이 아니라,
Rest Area 라는 말 그대로 쉬는 공간이다.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대륙을 횡단하는
화물 차량들의 기사들이 그 큰 화물차를 세워 놓고 눈을 붙일 수 있도록 주차 공간이 넓고, 가족들이
장거리 여행중에 쉬면서 바베큐를 해 먹을 수 있도록 공원처럼 만든 공원 같이 조용한 쉼의 공간이다)
그 친절한 사람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주섬 주섬 차에 있는 물건들을 백에 담아 휴계소 그늘 밑
피크닉 테이블에 가 앉아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 했다.
우선 오늘 만나기로 한 두 집사님께 전화를 해 설명을 하고 참석을 못하게 된 것을 알렸다.
그리곤 지금 통화가 안되는 남편을 대신하여 차에 대해 박식한 시동생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갓길에 차를 세워 놔도 괜찮은지를 물어 보았다.
남편은 지금 멀리 나가 있어 올 수도 없으니 전화로 상황을 알려 봤자 걱정만 될뿐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어 일단 상황이 종료가 된 후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곤 나를 데릴러 지금 이곳으로 올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할렐루야!
감사하게도 지금 당장 만일을 제치고 나에게 달려 올 수 있을 사람이 네명이나 있는 것 같다.
미국 이모 Ernie, 우리 가게 1호 직원이자 나를 친구이자 엄마처럼 따르는 Amy,우리 식당 주방장인 Andy, 그리고 또 다른 동갑내기 친구!
일단 미국 이모 Ernie에게 전화를 하였다.
"지금 뭐하세요?"
"교회에 있는데 왜?"
"제 차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섰는데 고속도로 갓길에 그냥 세워 놔도 괜찮을까요?"
교회에 계신데 오실 수 있냐고 물어 보기가 뭐해 우회하여 말을 하였다.
" 고장 났다는 싸인을 써서 차에 두면 괜찮을꺼야! 근데 너는 괜찮니?"
다정스런 목소리의 이모는 내가 말하면 금방 오실 테세이다. 근데 영어로 위치를 설명하기가 갑자기
귀찮아졌다,( 난 끔찍한 길치라 한국말로도 약도를 설명하는걸 참 못 한다)
"네! 괜찮아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전화 드릴께요!" 하고 일단 끊었다.
나의 친구 보다는 Amy 나 Andy 가 거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나중에 이 상황을 알게 되면 자신을 부르지
않았음을 섭섭해 할 것 같아 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다.
마침 친구는 집 앞 잔듸를 깍고 있다고 했다. 난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하고 전화를 했는데 바쁜거
아니냐고 하니 거의 다 끝났다고 하며 괜찮다고 금방 나온단다. 그럼 오늘은 내가 쏠테니 하던일 정리
되는대로 우리 동네로 딸이랑 같이 오라고 했다.떠나기 전에 전화를 다시 달라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아이들과 혼자 사는 친구는 집안일이며 가게일을 혼자 다 해야하므로 항상 바쁘다. 그걸 아는 나는 이 사고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고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한 것이다. 30여분쯤 지나 이제 떠난다고 전화가 다시 왔다.
그때서야 나는 자초지정을 얘기하고 사고가 난 지점으로 오라고 하였다.
친구는 왜 그걸 진작 말하지 않았냐며 깜짝 놀랐다. 나야 날씨도 좋고 환한 대낮이니 잠시 기다려도 문제가
없지만 친구는 하던 집안일을 지금 마치지 않으면 내일이 더 바빠질테니 뭐 굳이 그걸 미리 말할 필요가
있나? 어짜피 이렇게 달려 와줄 텐데.....
이렇게 뜻하지 않은 차 고장으로 길 중간에서 멈춰 버렸지만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으론 감사의
기도만 나왔다.
오늘 고장이 난 차는 7,8년전에 지인으로부터 시세보다 훨씬 싸게 단돈 $2000 을 주고 산 차다.
그동안 별 고장 없이 오늘날까지 충성돠게 잘 달려 주었었다. 오늘 마침 약속이 있어 평소엔 하지 않던
차 청소도 깨끗이하여 그의 마지막을 깨끗하게 해 준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차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다.
휴계소 그늘에 앉아 노트를 꺼내 지금 이 순간 내가 감사한 것들을 적어 보았다.
이 와중에 얼핏 생각나는 것만해도 무려 7가지나 되었다.
결국 친구는 한시간여 후에 도착하였고(사고 지점과 그의 집과는 50여분 거리이다)
우린 핑계김에 함께 저녁을 먹으며 어려울때 이렇게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도움을 요청 할 수 있음을
감사해 했다.
남자들이!고속도로에서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것 같거든 도와 주시오!
비록 그 사람이 젊고 예쁜 아가씨가 아닌 아줌씨라도!
<추신>
사고 다음날인 어제 급하게 새 차를 보러 다녔었는데 결국 이 차는 월요일인 오늘 견인하였고 어쩌면 다시
고쳐서 당분간 더 타고 다닐 수 있을 것도 같다. 일단 한 숨을 돌렸으니 천천히 새 차를 보러 다녀야겠다.
미쿡 사람들은 이럴때 참을성 있고, 잘 도와 주죠.. 민족성이 다른 점이겠지요?
어느 어느 나라 같으면 뒤에서 빵빵....
앞으로 가로 질러 가면서 삿대질에 욕사발... ㅋㅋㅋ
청심환 안 드셔도 괞찮았어요?^^
속력이 죽쭉 떨어지면서 차가 서 버리고, 연기까지 모락모락 나서
이 기계치 아줌씨가 순가적으로 당황은 했으나,
곧이어 나타나 주신 멋지고( 마음 씀씀이가....),친절한 미국 아저씨 덕분에
사태 파악이 금방 되어 마음 정리가 빨리 되었음!
무식하면 용감하기도 하지만 차에 대해 무식하기 땜에 난 지극히 단순하게
"아! 차는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니 나중에 견인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 가야겠다!" 했죠.
어제는 차를 고칠 수 있을것 같았는데 오늘은 너무 노후 되어서 그냥 폐차 하는게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네요.
워낙 마음이 무딘 올케라 청심환 없이도 잘 잤는데
대신 불쌍한 오라버님께서는 스트레스가 한 보따리라 옆에서 보기 넘 미안함!
아님 그대가 너무 섹씨해서 내렸나
아무튼 고생 많이했네요
그와중에도 침착하게 이사람 저사람 생각하면서
그사람의 사정까지 따져가며 생각하는 그대의 마음 깊은 속을 헤아려봅니다
아마도 맏이라서 그런일이 가능할까요
나는 막내라 우선 내 입장이 먼저인데
내친구도 항상 다른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다음이 자기를 생각하던데
위대한 맏이여!
고생하셨으요
그 와중에도 7가지나 떠올랐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럼요. 사과 안 난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예요.
저는 토요일에 고속도로 쌩쌩 달리다 스피트 티켓 받았습니다.
기분이 좋을리야 없지만 사고 안 나고 티켓 받은 거에 감사하자고 생각했더니 무심하게도 티켓 받은 것을 깜빡 깜빡합니다.
시일 지나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할 텐데 계속 잊어버릴까봐 걱정입니다.
사고는 났고 날씨도 더웠지만 ,걸어서 1분도 채 안돠는 곳에
앉아서 한숨 돌릴 수 있는 그늘이 있었다는게 퍽 감사하더라구요.
고마운 아저씨도 기다렸다는 즉시 보내 주시고,
멀리 장거리 간 남편이 이차를 가져가지 않은것도 감사하고,
내가 어려울때 서슴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와중에도 마음이 평안하게 해 주심이 가장 감사하더라구요!
자동차지만 우리 가정이 어려울때 오랜기간 효자 노릇 해준게 늘 감사했는데
이날 집에서 나오기전에 차 청소를 해 줘서 그나마 덜 미안했죠!
티켓 받으면 늘 기분이 상하지만 사고 날 것 돈으로 막았다 생각하시고
앞으로 조심하는 걸로 하고 마음 너무 쓰지 마세요!
근데 시일 지나기전에 꼭 처리는 하셔야해요! ^^
유머감각은 타고 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고마움을 쓸 생각하는 착한 줌마~
이쁜아줌마..!! 제가 인정하죠^^
근데, 불로그 고수인 유진님께 질문 있습니다.
베스트 라는 글의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혹 아시나요?
그리고 베느트 글이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그 블러그를 방문하나요?
저번에는 메인 화면에 떠서 그렇다치고,이번에는 어떻게들 아시고들 오셨을까요?
오늘 아침에 갑자기 방문객 수가 심상치 않다 했는데 베스트가 됐더라구요!
( 근데 이번에는 불통 되는 난리는 없었습니다.)
신기하고도 궁금해서 물어 봅니다.
유진님 글은 대부분이 베스트라서 이 방면에는 훤하실 것 같네요! ^^
대 스타의 방문은 신인에게는 언제나 " 황송 무지로소이다" 입니다. ㅎㅎㅎ
추가 질문 하나더!
엮인글이라는건 또 무엇인가요?
http://v.daum.net/my/yongnjee?&CT=MY_ON
위 주소가 지영님이 베스트가 되고 누가 내글을 추천하고를 볼수 있는 곳이니
즐겨찾기 해놓으시면 되요.
역인글은 관련글을 타인의 글에 붙혀 두는 기능으로 글보내기로 할 수 있어요.
언니, 이러다가 진짜 작가로 등단하는 거 아녀요?^^*
감춰진 재능이 빛을 발하네....
또하나의 베스트를 축하합니다~~
참 의미를 깊이 묵상해봅니다.
영혼을 위해 간절히 바라는 삶속에서...
그 상황속에서 수첩에 감사의 제목을 적으시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사람도 차도 많이 쓰면 서게 되나 봅니다.
오늘 잠시 잠시 틈내어 주님을 묵상하겠습니다. 감사~~~^^
정말 제가 현장에 있었던 것 처럼 너무 리얼하게 글을 쓰셨어요....
남편과 같이 가다가도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면 당황하는데
고속도로에서 그것도 혼자서 당했으니 정말 당황할만한데
참 침착하게 잘 하셨네요.
그리고 언제나 주님과 동행하는 그 삶이 너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