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불어치 김치 담그면서 생각나는 사람들.......
이십여년전 내가 미국으로 시집 올때만 하더라도 한국 물가가 여기 미국 보다 훨씬 쌌던것 같은데
요즈음 한국 물가는 장난이 아니다.
수박 한개에 만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고는 나의 눈과 귀를 의심하였다.
올해는 가뭄이 길어져 농사물의 가격이 어떨지 걱정이다.
항상 보면 농민들은 힘들게 농사를 짓지만 풍년이면 풍년이라 가격 폭락, 가물거나 홍수가 나면
흉작이라 역시 재미가 없고....
소비자가 내는 가격의 대부분은 중간 상인들에게만 이윤을 주지 농민이나 소비자는 늘 힘든것 같다.
어제 모처럼 한인 마켓에 가서 장을 보았다.
김치가 똑 떨어져 김치거리를 샀다.
지금은 계절적으로 배추가 좋지 않아 풋배추랑 열무 그리고 총각무를 샀다.
모두가 세단에 겨우 $1씩이다.
단이 물론 작긴 하지만 이렇게 싸게 팔면 나 같은 소비자는 감사 하지만 농사 지은이들에게는
얼마만큼이나 이윤이 돌아갈지 걱정 아닌 걱정이 되었다.
풋배추 6단에 $2, 열무 3단에 $1, 총각무 9단에 $3,모두 $6어치 김치 거리를 샀다.
사실 마켓에서 살때는 싼가격에 기분 좋게 샀지만 저녁에 집에 와서는 살짝 후회를 했다.
주부들이면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김치거리 다듬고, 저리고 하는게 어렵다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저녁 먹고 치우고 시작하다보면 항상 새벽이 다 되어서야 끝나니 다듬어야할
김치 거리가 부억 한구석에 있는걸 보면 심란해진다.
벌써 저녁 8시가 다 되어 내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밤새 김치거리들이 시들어질게 뻔해
얼른 쌀가루를 꺼내 죽을 쑤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시간이 벌써 늦어서 그런지, 김치 할때는 생전 참견을 하지 않던 남편이
뭐 도와 줄까 하길래 얼른 열무와 총각무 다듬는걸 부탁 했다.
난 마늘 까고, 텃밭에서 파 뜯어와 씻고,양파 썰고.....
자정이 지나서야 봄동 김치가 끝났다.
총각 김치는 다음날로 넘어가 오늘에서야 마침내 다 끝내었다.
김치 한병값도 안되는 돈으로 이렇게 사서 김치를 담그니 제법 풍성해졌다.
$6 이면 한국돈으로 7천원이 좀 안될텐데 이렇게 두 곳에 담을 정도의 김치가 나오니 기분이
든든해졌다.
이정도면 우리 식구가 꽤 오래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중간에 맘 약해져 누구 덜어 주지 않으면......
문득 이제 새로이 가게를 시작한 여동생이 생각이 난다.
이제 시작이라 혼자서 하루 종일 가게를 보니 식사준비는 물론, 누가 뭘 갖다 준다 해도
밥 먹을 시간도 변변이 없을텐데....
그리고 친정 엄마도 생각이 난다.
원래 음식 솜씨가 좋으시지만 이젠 연세가 드셔서 딸이 해 드리는 김치를 얻어 드셔야 할텐데.....
함께 살다 타주로 간 막내 동생도 생각난다.
항상 큰누나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했었는데....
아직 제대로 나의 김치 맛을 보지 못한 큰 남동생도 덩달아 생각난다.
일단 한번 맛보면 좋아 할텐데.....
생각을 하다보니 줄줄이 시누들도 생각이 난다.
올케라고 하나 있는데 이렇게 뚝 떨어져 사니 솔찍히 몸이야 편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난다.
몸이 아플때, 직장 생활 하며 애들 키우느라고 바쁠때 가끔씩이지만 올케가 김치를 해 주면 얼마나
신들이날까....
말하면 뭐하나 다 부질 없는 일인데....
김치거리 7천원어치 사가지고 와 담그면서 맘속으로 퍼 준게 7만원어치도 더 되는것 같다.ㅋㅋㅋ
하나마나한 생각은 여기서 그만하고, 실현 가능하게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나 나눠줘야겠다.
언니의 총각김치 (얼갈이 김치라고도 하나요?) 는 정말 맛있죠. (풋배추 김친 안 먹어봐서 모름 ^^.)
결혼 전의 내 눈에 겨우 한살 많은 올케가 총각김치를 쓱쓱 버무리는게 참 신기 했었죠.
인상이 얌전히 공부만 했을 분으로, 살림이라고는 진짜 젠병일것 같은 분이 말이죠.
그 솜씨 여전 하시겠죠?
저 풋배추*열무 김치에 국물을 넉넉히 해서 만들었다가 국수 말아 먹었더니 환상이었는데...
언니도 담엔 그케 드셔 보세요, 여름 가기 전에..
경희 언니넨 밥도 말아 먹음. ㅎㅎ
나도 또 담궈 먹고 싶은데 이젠 시간상..
언니가 담근 저 김치 맛있게 먹고 가요.
결혼하자마자 시아버님 생신에도 겁도 없이 보쌈 김치씩이나 담궜잖아!
(결혼하고 한달후인데 미국에서 혼자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대단해....ㅋㅋㅋ)
바로 직전에 풋배추랑 열무 김치 국물 넉넉히 해서 담궜는데
아시다시피 국수를 피하는 집이라 남는 국물이 어찌나 아까운지 이번에 국물 없이 담궜어요.
빈말이 아니라 친정 식구든 아가씨들이든 왠만큼 가까이 살면 가끔씩 순번정해놓고
선물겸 나눠 먹을텐데.....
난 그래도 이제 시간적 여유가 생겼는데 모두들 넘 바뻐서 안타까와! ^^
하이얀 소면 말고, 모밀국수용 국수나 도토리국수는 좀 용서가 되지 않나요?
왠지 색이 어두침침하니까...
흰쌀보단 현미가 쬐금 용서가 되듯이 말이죠.. ^^
나 음식하던 보조 맞아? ㅋㅋㅋ
저두 작년에 배추가 싸서 김치를 담궈먹었는데 그 후로 엄두가 안나네요...
배추한포기가 $3이하면 싼거구요..그러면 사먹는것보다 훨씬 싸요... 사먹는 김치요..?
반에 반포기에 $10불이 넘어요.. 미국에서 온 친구가 호주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해요..
한국보다도 비싸니까요... 엄마두 김치담구면 맛있는데 이모김치맛은 저두 아직 못봤는데
제작년..인가 이모 한국왔을때 할라피뇨고추랑 양파로 장아찌담궈서 가져오신거..
그거 예술이었어요..!!그 고추가 은근 매콤하잖아요 ~ 잊을수없어요 ㅋㅋ
갑자기 입에 침이 고이는데용........스읍~ㅋㅋ
알라스카에 갔을때 깜짝 놀랬는데..
나도 음식이라면 한 솜씨하는데,,
김치는 양쪽(친정,시댁) 어머나들이 공수해주시니 손수 담궈먹을 기회가 드물어 익숙치가 않아~
근데 언닌 정말 맛나게 잘 담그니..
가까이 살았음 언니표 김치 대놓고 얻어 먹을수 있을텐데ㅠㅠ
요즘 밥을 안목에서 김치먹은지 오래된거같아요 ㅋㅋㅋ 군침이 싹!
그라고..
위의 댓글들 보면서 사랑에 또 감동...ㅎ
오늘 여긴 초복이라고들...
맛난거 마니 드세요..
미국 살아서 빠다만 잔뜩 먹고 사는지 알았더니
김치도 칼칼하게 담가 먹는가봐
음식 솜씨좋은 여인네는 어디가나 그솜씨 유지하고 산다니까는
됴겠당
음식솜씨 좋아서리....
너무 신기해요 미국에도 없는 것 없이 한국음식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요..
솜씨 좋은신데요, 콩밥해서 얹어 먹으면 맛있겠습니다.^^
미국에서 와서는 줄곧 직접 담가 먹었어요.
사 먹는 김치 맛도 없어서요.
지금은 다른 선택이 없어 사 먹는답니다.
예쁜 따님 잘 도착하셨나요 (><)
김치 저도 잘 안담구어 먹습니다.
블로그 한다음부터는 완전 게을러졌어요.
반성해야 하겠지요.
요즘은 김치만 사먹는게 아니라 밑반찬도 사먹어 버려요.
점점 이상해 지는 나를 발견한답니다.
이렇게 음식 직접하는 사람 제일 좋아하면서요.
한국은 요즘 모든 물가가 비싸다고 해서
미국사는 우리는 조금은 아쉬운 한국재료지만 먹는건 참 싸다는 생각.
수백배의 가치를 가진 김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