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식구들 이야기

지니야~~~

꿈 꾸는 자 2013. 9. 5. 12:53

 

 

 

 

 2003년도 예지의 한글학교 작문 노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니에 대한 시!

지니의 모습이 강아지 때의 앳띈 그 모습이다.

 

 

십년전 죠지아로 이사온 후 얼마 안되어 아는분의 진돗개가 새끼를 낳아 한마리를 얻어 왔다.

마악 어미의 젓을 뗀 어린 상태라 너무 귀여워 한동안은 집안에서 키웠다.

미스 진돗개니까 이름을 진순이를 줄여 지니로 지었다.

 

 

우리 가족에겐 더 없이 다정한 지니이지만 이상하게 미국사람들에게는 사납게 굴었다.

한국 핏줄이라 그런가? 

우리와 잘 지내는 상냥하고 인정 많은 이웃인 미국인 부부는 영 못 사귀고 계속 사납게 짓는지 민망할 정도였다.... 

또 다른 이웃인 한국 식구들에게는 상냥 했다.

애들 친구들중에서도 백인이 오면 사납게 짓고, 한국애들에게는 그사나움이 상당히 누굴어졌다.

몇년마다 한번씩 한국에서 방문하는 친정 식구들에게는 한 이틀만 안면을 익히면 금새 꼬리를 흔들며 환영해 준다.

개도 인종 차별을 하나? 참 신기했다.

 

 

 

 

 

 

 

몸집이 커지고, 이도 새로 나는지 

집안 가구를 이곳저곳 자꾸 갉아 결국 뒷마당에서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어렸을때 우리 식구들과 집안에서 같이 있던 그 추억을 잊지 못하는지 

다 커서도 부엌 창문을 통해 늘 집안을 슬프게 쳐다 보아 

식사때마다 우리 식구들을 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 식구들은 맘으로는 지니를 너무 사랑하지만 

사실 다들 정성이 부족하고, 게을러서 

밥만 겨우 제때에 줄뿐 

강아지때 이후로는  산책도 자주하지 못하여 다들 늘상 미안해 했다.

 

 

 

 

 

진돗개답게 항상 활기차고 당당했던 지니!

 

 

오랫만에 목욕을 시키다보니 어머나! 지니가 너무나도 많이 말랐다.

그러고보니 얼마전부터 밥을 줘도 계속  잘 먹지 않고 남기는 양이 많아 

이상하다 했는데 지니가 그새 이렇게 말랐구나!

 

깜짝 놀란 남편이 잘 살펴 보니 이빨도 많이 빠진것 같아

그동안 잘 먹던 사료가 

이젠 지니에겐 너무 딱딱한가 싶어 

통조림 고기로 먹이를 바꾸어 주었는데도 잘 먹질 못한다.

지극정성인 남편은  지니에게 준다고 죽까지 쑤었다 소고기까지 넣어 몸보신하라구....

그래도 잘 먹질 못하고 설사까지 하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산책도 같이 했었었는데

한달새 이렇게 갑자기 마르고 약해지다니.....

 

 

 

결국 우리집 천사 딸내미의 등쌀에 못이겨 동물 병원에 갔더니 피 검사결과 

어디가 특별히 나쁜게 아니라 노환에서 오는 거란다.

 

우리 지니같은 중간 싸이즈의 개는 10년에서 12년, 

검프처럼 큰개는 8년에서 10년 정도면 수명이 다한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지니가 벌써 10살이나 되었구나!

 

 

 







검사 결과 간이나 신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어서

 지니가 특별히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갑자기 사형선고를 받으니 

식구 모두가 당황스럽고 지니에게 너무 미안하였다.

역시 인정 많은 우리 딸내미의 제안으로 

지니를 뒷뜰에서 차고로 들여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지니와 좀더 가까이 지내기로 하였다.

 

 

 







 

 

 

 

 

혹시나 동물 학대 의심을 받을까봐 병원에 가는것에 망설였을만큼

갑자기 말라도 너무 말라버린 지니의 모습

 

 

그런데 차고에 들인 이틀후 체인을 풀은 지니가 

차고에서 집안으로 들어 오는 문이 열린틈에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세탁실까지 들어와 

맘이 더욱더 약해진 우리는 

결국 지니를 거실 쪽 현관문 앞에 자리를 마련하여 

우리 식구들과 함께 실내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이미 체력이 약해질때로 약해진 지니였지만 마지막 일주일 동안 

현진이가 자기 근육 만든다고 먹던 비싼 닭고기 가슴살과 참치 통조림을 주니 

적은양이긴 하지만 맛나게 먹어 주었다.

 

 





제대로 걸을 힘도 없을만큼 약해진 지니를

우리는 이렇게 안아서 옮겨야했다.

 

 

 

떠나기 이틀전이 되었던 토요일은

 (그당시는 전혀 몰랐지만 지나고보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웬지 지니가 화장실에 가고 싶을꺼란 생각이 퍼뜩들어 

지니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더니 

아니나다를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볼일을 많이 보았다.

 

착한 지니! 

힘도 없을텐데 그래도 실수하지 않고 밤새 꾹 참았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닭고기 가슴살을 국물이랑 섞어서 주고, 

물도 주고....

고개를 제대로 들고 먹을 힘도 없어 

각도를 맞춰 밥그릇이며 물그릇을 지니 입앞으로 바짝 대 주어야했다.

 

 

 












힘이 없어 먹는것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식구들을 보면 그와중에도 영낙 없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너무 고마왔다.

 

 







이번에 일주일정도 지니와 가까이 지내면서

동물이랑도 서로 교감이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 하였다.

 

 

 

 

 

토요일 하루종일 혹시몰라 외출도 삼가고

 세시간마다 꼬박꼬박 밥 먹여주고, 물 먹이고, 

제대로 걸을 힘도 없어 두손으로 들어 안아 데려나가 볼일도 보게 하고....

하루를 온전히 지니를 위해 보냈다.

 

 







여름이지만 많이 쇠약해진 지니가 추울까봐 

내 헌 잠옷을 덮어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주일, 

교회에서 돌아 와 보니 지니가 여기저기 실수를 해 놨다.

하필이면 그 주일에 야외예배가 있어 

7시간 정도 집을 비웠었는데 아무래도 지니에게는 무리였었나보다.

 

깨끗이 그 자리를 치우고, 밥을  주고, 물을 먹이고, 

오물로 더러워진 지니를 살짝 반 목욕을 깨끗이 시킨후  

잘 말리고 혹시 추울까봐 옷을 덮인후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용변 보는게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지니를  거실에서 차고로 다시 옮겼다.

 

 







마지막 며칠이나마 지니는 우리와 함께 집안에서 지내고 싶어 했다.

마치 처음 우리 집에 왔을때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양....

 

 

 

그리고 예지 생일이 11월이라 항상 가족과 함게 하질 못해

 개학을 해서 학교로 가기전에 식구들이 모두 있을때 

앞당겨 예지 생일을 미리 축하하고자 식구들이 잠시 외출을 하였다.

 

두시간의 즐거운 저녁 식사를 끝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예지가 곧장 지니에게 갔는데.....

이상하다며 우릴 부른다.

누워 있는데 움직이질 않는다.

 

 

남편과 나는 당황하여 멀찌감치 서서 이걸 어쩌나하고 보고만 있었는데

현진이와 예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니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보듬어 준다.

 

우릴 기다리다 갔는지 눈을 채 감지 못하고 떠난 지니에게 

마지막 순간을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두 눈도 손수 감겨  주었다.

 

너무나 자상하고 망설임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우리 부부도 지니에게 인사를 하였다.

 

방금 갔는지 몸이 아직도  따뜻하다.

 

 







진심으로 지니를 사랑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기적이기만 앴던우리 부부는 

양심상 앞으로는 더이상의 pet은 키우지 않기로 하였다.

 

 

함께 할때는 그저 한마리의 진돗개에 불과 한것 같았는데  

이렇게 떠나니  맘이 영 좋지 않은게 

왜 애완견이란 표현 대신에 반려견이란 표현을 극구 주장하는지 

그 심정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지니가 떠나고 난  현관 입구!

내 마음도 훵하다.

이러니  내 가족을 잃으면 어떨지 상상도 하기 싫다.

 

 

 

우리 지니는 비록 한마리  개였지만  내가 참으로 부러울 정도로 품위를 지키며 자신의 생을 마무리 하였다.

마지막 일주일을  우리 가족과  집안에서 온가족의 사랑을  잘  받으며 지냈고,

특별히 마지막 하루는 매 시간마다 나의 특별 간호와 보살핌을 받았고,

마지막날  떠나기 직전에는 몸도 깨끗이 하였으니 말이다.

본인에게나 우리 식구들에게나 오래 힘들게 하지 않고, 

아쉽다는 생각이들만큼 적당히 사랑을  받다가 

천수를 다 누리고 갔다. 

 

 









지니를 떠나 보낸 아쉬움에 남편이 손수 만들었다.
예지도 예쁜 꽃으로 지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 했다.

 

 

 

이렇게 지니의 마지막을 부러워만 하다가 문득 지니에게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지니의 마지막  일주일은 지니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한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동안 십년을 함께 했지만 

실상 많은 시간을 직접 지니와 함께 해 주지 못했음에서 오는 

우리 식구들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마지막 일주일을 통해 그나마 덜게 해 주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오버 하는것일까?

 

지니야~~~~

 

 고마와!

 

미안해....

 

어쨋든 지니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꿈꾸는 자님 글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슬픈 글이었네요...

앙상하게 마른 지니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같은 반려동물이라도 고양이완 다르게 개들은 주인을 엄마라고 생각한다 하더라구요.
그만큼 주인에게 더욱 애착이 강하고 의지를 한다는 예기겠죠. 그래도 떠나기 전 마지막 일주일을
가족들의 사랑과 돌봄을 느끼며 옆에서 가까이 함께 지냈으니 지니도 행복하게 떠났을 거에요...


지니 보내면서 담비 언니 생각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저흰 남편이 미리 구덩이라도 파 놓았어서 일 나고 금방 처리 했는데
담비 언니는 혼자서 다시 동물 병원으로 가져가 화장을 해야겠죠?

반려견이 같이 있을땐 참 의지가 되는데 헤어질때는 너무 맘이 아파요!
저도 이미 담비 입양전, 4년전에 겪은 일이랍니다.
코코랑 담비 입양 전에 한국에서부터 키웠던 강아지를 미국까지 데려와 함께 살던 우리 초롱이가 4년전에 하늘나라로 떠난 후
한달을 통곡했더랬어요~ 정말 밤마다 큰소리내며 울정도로...
갈수록 슬프고 그리움이 더해가서 미치겠더라구요.
얼마나 보고싶었으면, 혹시 내가 죽어서 하늘나라에가서 우리초롱이 다시 볼수만 있다면 죽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어요.
전 우리 초롱이 화장재가 곱게 담겨진 작은 나무 관을 아직도 집에 보관하고 있어요.
바람에 날리지도 못하겠고, 강물에 띄워보내지도 못하겠고...
차마 차가운 땅에 못 묻겠더라구요...

담비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길 바랄 뿐이죠.
저런 저런... 읽어 내려가다
결국 눈을 감은 모습에선 제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반려견들을 보내는 마음은 정말 아프지요.
고 시아버지께서 젊어서 동물들을 그리 좋아하시고 많이 키우셨다는데
세월이 가면서 보낸 후 그 가슴앓이를 견뎌내지 못해
이후론 절대 키우지 않고 계셨지요.

지니가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안타까움에 마음 아파요. ㅠㅠ

오버하시는 거 절대 아녜요.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는 걸요 글쵸.

울 앵무새 케이는 평균수명이 20-30년이고, 길게는 45년도 간다데요.
그래도 가끔씩 평균수명 못채우고 갑자기 떠나면 어떡하나...하는
슬픈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꼬마 예지의 작문, 넘 예쁘고 순수해요.^
이번에 보니까 동물들은 뭐든 몸집이 클수록 오래 못 살더라구요.
케이는 작은 앵무새라 그렇게 오래 사나봐요!

지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도 어찌보면 지니가 우리 식구들을 배려해 준것 같아요.

숨이 언제 넘어 갈지도 모르니 마냥 차고에 함께 있을수도 없었을꺼구( 결과론적으론 빨리 갔지만)
숨이 넘어가는걸 지켜 보면 그 장면이 너무너무 오래 남아 더 슬펐을꺼에요.

외로워도 지 혼자 감당하고 가 준것 같아요.
우리에겐 자기에 대해 그저 좋은 추억만 남겨 놓구요!

엘리 선생님께서 우리 꼬마 예지의 시를 칭찬해 주시니 감사 한데요!
사실 우리 예지의 미래 희망이 작가랍니다.
지금 듀크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있어요.

엘리 선생님은 무슨 과목을 가르치시나요?
앵무새들은 다른 동물류에 비해 평균수명이 무척 긴 편예요 꿈자님.
글구 애완견들과 달리 앵무새들은 덩치가 큰 종류가 더 오래 살구요.

케이는 중형앵무류이고, 길이가 약 40-45cm, 수명은 25-40년까지예요.
케이보다 훨씬 작은 소형앵무류(러브버드 같은)는 10-15년이구요.

macaw 나 cockatoo 같은 대형은 80년 이상도 살지요.
쥔이 사망하고 난 다음에도 생존하는 경우가 많아,
will 을 자신들 앵무새에게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저는 '언어학'을 전공해서 그와 관련된 과목을 맡고 있지요.^
우리 슈가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저도 눈물이 흘렀네요.
전 슈가의 죽음을 감당하지 못 할 거 같아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질 때가 있답니다.
내년에 작은 아이까지 집을 떠나고 나면 슈가를 돌 볼 사람이 없으니큰 아이가 데려갈 것입니다.
슈가땜에 힘들기도 하시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미운정 고운정 많이 들었죠?
우린 지니 보내고 , 지금 있는 베니랑 검프가 마지막 입니다.
더이상은 동물을 키우지 않을꺼에요.

평상시에도 잘 해 주지도 못하는데 떠나 보내는 슬픔이 장난이 아닙니다.
아침부터 울었네요..
예상치 못한 결말에 얼마나 놀라고 슬픈지 모르겠어요.
갈비뼈가 다 보이도록 마른 지니 모습에 맘이 아팠다가 온가족의 사랑을 듬뿍받고 마지막 길을 떠난 지니가 한편으론 행복한 개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1년을 살든, 10년을 살든, 집안에서 키웠든 마당에서 키웠든 반려견은 가족이지요.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이루 다 말할수 없고요.
그래서 펫로스 증후군이란 말도 생겼다네요.
아무도 없을때 혼자 떠났다는 게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온가족의 사랑을 듬뿍받고 갔으니 분명 천국에서 지금쯤 편하게 있겠지요?
마당에 저렇게 예쁜 자리도 마련해 주시고..
저도 언젠간 체리와 이별을 해야하는데.. 정말로 생각하고 싶지가 않아요. ...
아무리 동물이라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다 보면 가족 같은 생각이 들어요.
살아 있을때는 늘 그자리에 있을 것 같아 무심하게 지나고 잘 해 주지도 못했었는데
떠나고나니 참 많이 미안하고 아쉽네요.
체리땜에 마음이 여린 스테이시님이 벌써부터 걱정 됩니다.
 

 

 

'딴 식구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이 풀려도 뛰쳐 나가지 않고 문밖에서 기다리는 충견 검프  (0) 2012.09.09
개구리 3  (0) 2010.08.31
개구리 2  (0) 2010.08.31
개구리 1  (0) 2010.08.31
올챙이  (0) 201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