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날이 흐리더니 점심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급기야 소낙비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난 오늘 저녁에 비행기 타야하는데..... '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밖을 계속 보고 있는데
한술 더떠 누군가가 오늘 저녁 폭우 경보가 내려졌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가게를 평소보다 일찍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
어제 저녁에 미리 다 싸둔 여행 가방을 들고 얼른 공항으로 향했다.
'오늘은 결혼후 23년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둘이서 비행기씩이나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날인데...... 별일이 없어야 하는데......'
애들 둘이 다 대학을 들어가고 나니 이제야 약간의 시간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오랫만에 둘째 시누네 가족도 보고, 함께 신앙 생활을 하며 가족처럼 지냈던 그리운 얼굴들도 본다.
둘째 시누네는 14년만의 상봉이구, 다른이들은 8년,15년만에 보는 셈이니 참으로 소중한 인연들이다.
근데 이런 우리 부부의 셀레이는 간만의 외출이 비행장에서부터 슬슬 꼬이기 시작하였다.
저녁 7시 30분 비행기가 슬그머니 7시 55분으로 변경되더니
모든이들이 비행기안에 탐승한후 이륙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희한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처음을 무심히 흘려 버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결론은 부기장이 도착하지 않아
한시간 정도 연착 된다는 내용이다.
세상에나, 파일럿이 없어 비행기가 못 뜰 수도 있다니....
시외 버스도 기사님들이 꼬박 꼬박 시간 맞쳐 버스 터미널에 오시는데 비행기가?........
말도 안되는 기막힌 상황이지만 선진국 시민답게
누구하나 대 놓고 불평하지 않고 한시간을 꾹 참고 기다려
그 귀하신 부기장님이 오시자 9시 15분에 이륙하였다.
5시간 비행후 LA X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믿지 못할 일이 또 벌어졌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탑승객중 한 사람이 아파
응급상황이라 의료팀을 기다려야 된단다.
의료팀이 도착하기전까지 나머지 승객들은 한명도 내리지 못하고
전원 꼼짝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삼사십분을 기다리니 의료팀 둘이 올라오는데 허무하게도 이런 응급 사태를 불러 일으킨
미국 아줌마께서는 들것에 실려나가는 대신 멀쩡이 자기 발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
심각하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꾀병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람!.....
역시 선진 시민들은 아무 불평 없이 차례를 지켜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근데 이때 한 여인네가 큰 소리로 외친다.
"나 그 환자 가족이야! 나 먼저 내려야돼!"(영어로)
%%% @@@ &&& ### ........
"가족이면 내릴때 함께 내리지 뒤늦게 왠 수선이람!"
"가족이긴한거야? 먼저 내릴려고 사기치는거 아냐?"
우리 부부만 구시렁거릴뿐 이번사태에도 역시 선진국 시민답게
그 누구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그녀에게 길을 순순히 비켜준다.
이래저래 예정 시각보다 근 두시간 정도 늦게 LA 공항에 도착 했다.
근데 시누네 부부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하필이면 그 시간에
공사 한다고 막아 놔 돌아 돌아 어렵게 LA 시누 집에 입성하였다.
새벽 1시반, 아틀란타 시간으로는 새벽 4시!
비록 연달아 일어난 이해하기 힘든 일들로 인해 몸은 무척 피곤하였지만
오늘 일진에 대해 불평하기 보다는 모처럼의 휴가에 설레이며 잠을 청했다.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곳은 차로 3시간이면 되는 곳이었는데
한국에서 시누네 다니러온 길이라 렌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항공사에서 미안하다고 무료전화카드 $5 를 주더군요.
전 정말 엄청 화가 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다는 표정이더군요.
제가 유일한 동양계인데다 남편은 나서는것을 딱 질색인 사람이라 참아야했는데,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한것이 얼마나 억울했던지...
대민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책임 의식에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죠.
그렇지 않아도 국내선 비행기가 좁아 답답하고 불편한데도
이런 어이 없는 일이 일어나 짜증 내는게 당연할텐데도 조용히 기다리는
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우리민족은 근면과 끈기, 그리고 악착스러운 근성,어디서나 돋보이는 재치와 눈치는 간직해야겠지만
남을 배려하는 신사도와 공중 도덕을 존중하는 그들의 매너는 배워야 할껏 같아요.
남편께서 과묵하신 편이라 한국 아줌마로써 답답하실때도 있으시겠어요? ^^
- Helen of Troy
- 2011.12.04 04:59 신고
- 수정/삭제 답글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서
더 기억에 남겠네요...
그곳에 제가 아는 친구가 목사님으로 갔는데...
그곳은 참 아름답더라구요
즐거우셨어요?
제가 몇 년 전에 예약한 병원에 갔어요.
예약한 시간보다도 훨씬 늦게 이름을 불러서 갔는데 한 다는 소리가 의사가 오늘 안 나왔으니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오라는 거예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병원에 도착하면 이름을 쓰고 의사 이름도 쓰는데 그때라도 의사가 없으니 돌아가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예약 시간도 훨씬 지나 이름을 부르고 돌아가라니 열이 팍 나더라고요.
그 날도 아무도 불평을 한 했어요.
어떨 땐 정말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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