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이야기

치킨 슾

꿈 꾸는 자 2010. 8. 31. 04:30

겨울은 가끔씩 우리의 마음을 울하게 한다.

특히 고국을 멀리 떠나온 우리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몸이라도 아프다면 더욱 그럴것이다

감기에 걸려 기침하며 콧물 흘릴때 어머니가 해주신 콩나물국에 고추가루 팍팍 풀어서 먹던 기억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터… 


그런데 미국에서도 그런 콩나물국을 대신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치킨슾(chicken soup)이다

미국사람들도 감기에 걸리면 치킨슾에 타바스코 소스(매운 소스)를 풀어 먹는다

아마도 동서양이 비슷한것 같다

미국음식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막연히 미국음식에 대해 어려워 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오히려 한국음식보다 그 조리법이 간단하다

그래서 오늘은 간단한 치킨슾(닭국) 만드는 법을 알아보기로 하자


일단은 닭을 사야겠다(당연한 얘기!) 월마트에 가면 닭한마리에 $3~4 정도 한다

닭은 부위별로 사지 말고 통닭이 좋다. 그래야 좋은 국물 맛이 난다

그밖에 양파(큰것 1)도 사고 당근(굵은 것 2), 쎌러리(반단), 토마토(중짜리 3),

그리고 감자(중간 것 4)를 사자

감자는 빨간감자(red potato)가 찰지고 맛있다

$10정도면 재료를 다 살수 있고 이 정도면 4~5명 정도의 한끼 식사로 충분하리라 본다


중냄비에 물을 2/3정도 붓고 끓이자. 닭은 잘 닦아서 끓는 물에 넣는다(통째로). 

이때 기름은 떼어 낼 필요는 없다

닭이 끓는 동안(1시간 가량) 야채를 썰자

크기는 순전히 내맘이다. 보통은 2*2센치 정도로 자르는 것이 먹기에 좋다.

 

닭이 익으면 꺼내서 식히고 살을 발라야 한다

고기는 가슴살만 먹자. 지방도 없고 모양새도 보기가 좋다. 가슴살만 골라내고 나머지에선 뼈를 발라낸다

뼈는 버리고 나머지 고기와 껍질 등을 다시 물을 넣고 끓인다

이때는 물을 중냄비에 반정도 새로 넣고 한시간만 더 바글바글 끓이자

(뼈를 버리는 이유는 국물이 탁해짐을 막기 위함이라는 사실). 


설마 먼저 닭 삶은 국물을 버리시진 않으셨겠지?  

그 국물에 양파와 당근, 쎌러리를 넣고 본격적으로 슾을 만들어 보자

때에 따라선 야채를 먼저 기름에 볶은 뒤 닭 국물을 넣고 끓이기도 한다

야채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중불에 서서히 끓이도록 하자

그래야 야채의 향이 안 달아난다는 소문이 있다

30분만 끓이고 토마토를 넣는다(옛날에는 야채를 2~3시간 푹 끓였는데 요즘은 웰빙 스타일이라고 살짝만 익히더라). 

간은 주로 소금, 물론 바다소금을 권한다, 후추, 마늘가루로 하는데 그러면 서양음식의 향(?)이 덜하다

그래서 치킨향의 슾베이스(soup-base)를 함께 넣는 것이 좋다

물론 웰마트에서 살수있다(안비쌈


여기서 잠깐, 간하기 전에 아까부터 끓고 있던 여분의 국물을 잊어선 안된다

여분의 국물을 채에 걸러 본 슾과 합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 국물위에 떠있는 기름을 조심스레 모두 걷어내라

그리고 간을 하는 거다

마지막에 감자를 넣고 감자가 익을 만큼만 더 끓이면 치킨슾은 완성이다

절대 감자넣고 오래 끓이면 안된다

Why? 감자가 너무 익으면 으깨지고 그러면 슾이 탁해지기 때문에 맛과 색깔이 떨어 진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닭살을 빼먹었네가슴살은 잘 찢어서 감자 넣을때 같이 넣어 드시길 또한 바란다

마지막으로 파슬리(parsley-헙스의 일종)를 잘게 잘라서 국 위에 띄어 먹으면 그 상큼한 맛을 더 할 수 있다.

 

뜨거운 치킨슾에 맛난 빵을 몇조각 곁들이면 저녁으론 부족해도 토요일 점심으론 손색이 없을 듯 싶다

그래도 명색이 미국에서 사는데 죽기 살기로 한국음식만 고집하지 말고 가끔씩은 집에서 별식으로 시도해 보는 것도 어떨까? 치킨슾 만들어 먹고 감기 했다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