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이야기 33

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보낸 가족 연휴

시간적으로 너무 늦게 올리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그때를 기억해보자. 사실 지난 추수감사절에는 우리는 우리대로 별 계획 없이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고, 대학에 다니는 딸은 딸대로 그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했었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딱 일주일 남겨 놓고 딸내미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집 생각이 난다며 자신을 보러 식구들이 학교로 오면 안되겠냐고 힘 없는 애절한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로 물어 보았다. 삼십여년전 나 대학 다닐때는 대학 들어가기 위해 죽어라 공부를 해야 하기는 했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는 낭만을 즐길 여유가 있었었다. 공부가 마냥 쉬웠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놀구 먹구 대학생"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는데 미국 대학은 일단 들어가면 대학 나름이긴하겠지만 그래도 공부 하는..

게는 닭고기를 좋아할까, 소고기를 좋아할까?

소 소나무와 야자수가 섞여 있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이곳의 소나무는 왠일인지 무척이나 곧게 쭈욱 자랐다. 한국으로 치면 노동절인 Labor Day 는 항상 9월 첫번째 월요일이라 토,일,월 삼일 쉬는 연휴를 맞아 친한 한 부부와 넷이서 일박으로 여행을 떠났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워낙 바다랑 먼곳이라 해수욕을 하려거나 바다 낚시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운전하는 시간이 일곱 여덟 시간은 걸린다. 경험이 없는 우리 부부는 평상시에 게를 잡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번은 가보고 싶던차에 이번 연휴를 맞아 친한 부부와 작정을 하고 일박으로 게를 잡으러 떠난 것이다. 바닷물로 된 늪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잡을 게들의 서식처의 일부이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중간에 잠시 쉬면서 공원에서 점심을 해먹고, 저녁에 목적..

딸내미 기숙사에 데려다 주는길이 왜 이리 험한거야!

드디어 예지가 삼개월의 여름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 간다. 예지가 다니는 Duke 대학은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8시간 정도 걸려 보통 1박 2일로 다녀 온다. 금요일 가게가 끝나자마자 네 식구 모두 후다닥 준비를 하고 떠났다. 아틀란타 한인 마켓을 들러마지막 장도 보고, 저녁도 먹은후 그 근처 스포츠 용품 가게게 들러 남편이 무척이나 관심이 있어하는 배도 구경하며 여유를 즐겼다. 이렇게 기념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이 여행을 시작 했는데..... 이 스포츠 용품 가게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다. 우리차가 후진을 끝내고 이제 핸들을 꺽어 앞으로 나가려고 하던참에 뒤에서 트럭이 받은 것이다. 순식간에 뒷 유리가 와장창하고 산산이 부서지고 차 뒷 부분이 찌그러졌다. 다행히 식구들은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순..

딸네미 학교에 데려다 주러 갑니다!

요며칠 게으름을 피며 조용히 지냈더니 식구들이랑 블친들이랑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데 오늘 저녁에 예지를 학교에 데려다 주러 1박 2일로 떠나게 되면 또 며칠 블러그를 비게 된다. 다음주쯤엔 다시 정겨운 댓글도 달고 그럴테니 걱정들 마시고 기다려 주시기를..... 아직도 짐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정신 없을 것 같다. 이러길래 미리미리 정리 하라 그랬건만 마지막까지 이렇게 허둥되게 한다. 하긴 누굴 나무라겠는가? 나 역시 마지막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니.......ㅋㅋㅋ 기숙사로 돌아가는 딸의 짐이 마치 살림 내 보내는 것 마냥 이런저런 취사 도구며 꽤 많다! 부디 필요한거 모두 챙셔서 잊은 물건 없이 떠나기를 바란다! 강마을 여인 2012.08.24 07:36 신고 수정/삭제..

시들시들한 어미닭!

나이 드는게 드디어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건지, 갱년기 증상인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건지(?), 아님 단순한 운동 부족으로 오는 나른함이나 게으름인지..... 어쨋든 요며칠 몸도 찌부둥하고, 맘도 우중층하더니 오늘 저녁엔 남편이 저녁에 없다는 것에 긴장이 풀리는지 가게에서 퇴근하고 오자마자 그냥 누워 버렸다. 몸도 괜히 으시실한게 감기 기운이 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피곤하여 저녁은 나 몰라라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늘어져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아들이 저녁에 뭐 먹느냐고 슬쩍 물어 본다. 배 고프다고 밥 먹자고 하면 될 것을 메뉴가 무엇이냐고 우회해서 물어 보는 것이다. 난 "엄마가 지금 상태가 별루인데 글쎄 뭐 먹을까?" 하고 오히려 되 물었다. 엄마가 누워서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늦은 밤, 딸의 귀가를 유도하는 엄마의 문자 놀이.

우리 애들은 부모인 우리와 퍽 친하다. 미국에서 살아 그런지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예전 내가 어렸을때의 상하 관계가 아니라 친구 같은 수평 관계이다. 일단 부모이긴해도 나나 남편은 재밌는 편이다. 우리 둘다 원래 농담을 좋아해서 자식들과도 장난을 잘 친다. 오죽하면 우리 딸이 농담하기 좋아하는 제 아빠를 "뻥 아빠"라고 할까! 나 역시 가끔씩 내가 생각해도 푼수다 싶게 애들 앞에서 더 애들 같은 짓(?)을 한다. 외국에 나와 살면서 주변에 딱히 일가 친척이 없이 우리 네 식구만 달랑 외롭게 살다 보니 이왕이면 재밌게 살고 싶어 아이들과의 간격을 좁히려고 많이 노력 해 왔다. 고등 학교때까지는 학업을 강조 했고 부모의 권위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곤 했지만 일단 대학에 간 이후로는 웬만하면 애들의 자율에 맡..

피는 못속여! 반반씩, 부전녀전! 모전자전!

난 고기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야채를 좋아해서 고기 먹을때는 꼭 고기만큼의 야채를 곁들여 먹어야 속이 느끼하지 않고 편하다. 나의 남편은 무지하게 육식을 좋아해서 매끼마다 남의 살이 꼭 있어야 한다. 남의 살이 없으면 계란 후라이라도 있어야 밥을 먹는다. 야채나 나물은 통 입에 대질 않고 살다가 최근에 와서야 건강 지키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먹는다. 난 과일을 좋아해서 식후에는 꼭 과일을 먹어야 속이 개운하다. 나의 남편은 결혼하고 보니 도대체 과일은 통 입에 대질 않았다. 너무 과일이 먹고 싶었지만 나 혼자 먹자고 과일을 사기가 어려워 못 먹다가 어느날 큰 마음을 먹고 사과 두개를 사가지고는 예쁘게 깍아 새 신랑에게 통 사정을 하며 "아!" 했지만 입을 꼭 다물고 도리도리 고개짓 하며 끝끝내 한 쪽도 ..

환영 피켓 들고 공항 마중나간 열성 올드팬!

예지가 5주동안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예지는 정이 많고 다정하여 항상 우리 식구중의 누군가가 어디를 갔다 오면 환영의 포스터를 만들어 현관문에 붙여 놓아 따듯한 마음으로 맞이해 준다. 하다못해 어느때는 생일인 식구를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보라고 생일 축하 글귀를 예쁜 그림과 함께 붙여 논다. 그래서 저녁 비행기로 도착하는 예지를 맞이하러 나가기전에 얼른 현진이에게 환영 피켓을 만들라고 하였다. 미리 며칠전에 준비 했어야 하는데 다들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미안하게 공항 나가기 직전 겨우 10분전에 현진이에게 색깔 종이들을 주며 대충 만들라고 했는데 역시 손재주가 좋은 배씨답게 쓱쓱쓱 금새 아이디어를 내어 완성 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역시나 늘 그러하듯이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 한시간을 기다렸다..

눈물겨운 배씨들의 뱃놀이

언젠가부터 남편은 낚시에 열심이다.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남들이랑 어울려 밖으로 나다니며(?) 특별이 돈 쓰는 일도 없는 모범 가장이다. 그런데 최근 몇년전부터 낚시에 취미를 붙였는데,애들은 다 커서 대학에 갔고, 난 햇빛 아래에서 몇시간씩 서 있어야하는 비린네 나는 낚시에 별 관심이 없어( 잡아다 주는 생선만 환영이다.ㅋㅋㅋ) 장거리 운전도 마다 않고 혼자서 잘 다닌다 오늘은 미국 독립 기념일이라 휴일이어서 두시간 거리를 현진이와 함께 세 식구가 가기로 했다. 보통 이렇게 가족 나들이를 할때는 김밥이나 도시락을 쌀텐데 항상 휭하게 다니다 보니 간단하게 아침을 사먹었다. Grits는 내가 좋아하는 미국 아침 메뉴 중의 하나이지만 이날은 왠지 김밥이 하루종일 눈 앞에서 아른 거렸다. 오늘 낚시에 특별히..

아들이 차려준 근사한 토요일 아침

며칠전부터 현진이가 마켓에 가자고 했다. 자신이 엄마 아빠 아침을 차려 준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래를 준비하고 있는 이 기간에 아빠 엄마 집에 얹쳐 사는게 눈치가 보이나? 갑자기 웬 아침 타령? 아무튼 , 그런데 시장 메뉴가 범상치 않다. 중자 크기의 버섯, 빵 ,줄기에 달린 작은 토마토, sour cream. 계란, 그리고 텃밭에서 난 부추까지. 무척 궁금하면서도 요리 방법이 걱정이 되는 식재료들이다. 평소에는 남편이 워낙 일찍 집을 나가는터라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으니 천상 토요일이나 주일 아침이 제일 적당해 지난 토요일 아침을 아들이 직접 차렸다. 쨔잔! 난 요리 블러그가 아니라 요리법을 자세히 쓸 필요가 없지만 옆에서 보니 이 요리법이 의외로 간단하다. 버섯을 바닷 소금만 살짝 뿌려 올리..